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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 규탄 포럼에서 복지분야 전문가들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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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1일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안’을 의결하고 전국 5981개 자체사업 중 1496개 사업이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하고 중복되는 사업이라며 각 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안에 따르면 전북도는 모두 17개 사업이 정비대상에 포함됐다. 예산으로만 340억 여원에 달하는 사업이 유사·중복사업으로 분류됐다.
전북도를 제외한 각 시군별로 보면 모두 74개 사업이 해당된다.
그러나 이 같은 중앙정부의 정비 방안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일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정비 방안을 따르지 않은 자치단체에 대해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주 평화주민사랑방 등 지역복지를 옹호하는 전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2일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 중앙정부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지방자치와 지역복지를 수호하고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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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국회 앞에서 정부의 복지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사·중복사업 정비, 법적 근거 희박= 이번 사태의 도화선이 된 국무총리실 산하 제10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의 법적 근거로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 제7호 및 제9호와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을 들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사회보장위원회) 제1항은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사회보장위원회를 둔다’는 조항이며, 제2항은 위원회 심의·조정 대상을 열거하고 있다. 제2항 제7호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 분담’, 제9호는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에서 열거한 내용은 같은 조 제1항에서 말하는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 시책’에 해당하는 것을 열거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공통 적용되는 사항에 관한 것이다.
중앙정부와 각 자치단체의 개별적인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특별규정을 보면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협의 및 조정 규정이 이번 정비방안에 적용될 수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사회보장제도의 신설·변경이 기존 제도와 사회보장 전달체계 및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운영방안 등에 대해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하고, 협의 실패시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그 이전에 각 자치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나 제도에는 적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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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제공=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 |
또한 제9호는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에 관한 것인데,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전달체계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또다른 법률적 근거로 주장하는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해 조언 또는 권고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회보장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이며 중앙행정기관이 아니다.
게다가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도 및 감독권을 행사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을 정비방안의 법률적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한 것이다.
△헌법적 가치 수호해야= 우리나라 헌법 제117조에서는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주민의 복지증진은 지방자치의 중요한 목적이다.
지방자치법 제9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사무와 국가위임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일환으로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예시하고 있다.
또한 사회보장기본법 및 사회보장급여법에서 규정한 사회보장급여는 주민의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지자체가 사회보장급여와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지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에 속한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장 정비방안은 지방자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자치단체의 유사·중복 사업 정비방안은 법의 전체적인 체계나 법의 취지,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문제이다.
이 사안에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협의를 합의로 해석하는 것은 법문언의 넘어설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선 것이 되며 이는 해석이 아니라 입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을 넘어 유권해석을 통해 입법자로 둔갑하게 되는 것으로 3권분립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사회보장사업 정비에 나선다면 전북도민은 힘과 지혜를 모야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 방침으로 인해 빈곤율이 높은 전북도민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차원 대응 필요=법적 근거도 없이 자치단체를 압박하는 중앙정부에 맞서 지역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어느 시기보다 전북도와 도내 각 시군의 조직적 연합이 중요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움직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 경기 성남시를 비롯한 전국 26개 자치단체는 보건복지부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에 대해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자치단체는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이 같은 취지의 권한쟁의 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북도와 도내 시군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중앙정부의 처분만을 바라는 소극적 자세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은 사회서비스의 발전과 지방자치시대의 도약이라는 시대상황을 거스르는 명백한 반 복지적인 조치로, 지역주민들의 동의나 승인을 받지 않은 정책이다.
도내 자치단체장들은 중앙정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장애인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키겠다는 일념 아래 결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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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성 평화주민사랑방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