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대거 탈락에 대한 입장
-부정수급자 적발에 앞서 사통망과 기초법 제도운영상의 문제점을 시급히 점검하라!
2010년부터 지금까지 상․하반기에 걸쳐 시행한 복지부의 일제조사 결과, 각종 복지수급자가 ‘자격기준미달’로 대거 탈락하고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기초법 탈락자들에 대한 충분한 통보와 이의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부족 등 제도운영상의 문제점도 더불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부정수급자를 찾아내려는 노력에 앞서 사통망과 기초법 제도운영상의 문제점을 시급히 점검해 부당하고 억울하게 수급탈락되거나 급여가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행복(?) 끊음 45만명!, 비용절감 4천억원?
지난 4월26일, 복지부는 2010년과 2011년 네 차례에 걸쳐 수행한 복지급여 대상자 확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즉 복지부는 “행복e음”이라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이하 사통망)을 통해 기초생활수급,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한부모가족지원, 영유아지원, 차상위장애인연금, 차상위자활, 차상위의료, 청소년특별지원 등 제반 복지급여수급자에 대한 일제정비를 실시했고, 그 결과 각종 복지급여수급자 44만8천9백명이 수급 자격을 상실했으며, 이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가 11만 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복지부 발표 어디에도 수급자격 상실과 관련해 왜 수급 자격이 상실됐는지(즉 부양의무자기준때문인지, 재산기준때문인지, 소득기준때문인지 등), 급여중지 외에도 급여삭감이 된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고, 얼마나 삭감되었으며, 또 여기 해당하는 가구들의 가구형태, 즉 노인가구, 장애인가구, 한부모가구, 조손가구, 1인가구 등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수급자탈락을 통해 3천9백6십2억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전산망이 최고? 실제는 뒷전!
사통망은 국토해양부·국세청·고용노동부·건강보험공단 등 27개 기관의 213종의 소득·재산자료와 인적사항 정보, 120여 개의 복지서비스 이력정보 등을 개인별·가구별로 통합한 정보시스템으로 2010년 1월부터 가동되었다. 그 배경은 이명박 정부가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확충해 ‘부정수급자를 걸러내겠다’며 국정과제로 채택한 데 기인했고 이에 복지부가 삼성SDS와 함께 전산망을 구축했다. 허나 해당 전산망이 도입된 직후부터 3개월간, 8만 여건의 무더기 민원이 발생되었을 만큼 오류가 속출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가출신고로 가족해체 사유가 분명했던 수급자가 전산망에 뜬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잡혔다며 갑자기 수급이 삭감되기도 했고, 실제 부양도 되지 않는데 사위의 소득이 있다며 수급이 중지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어디에도 하소연 할 길 없는 수급자가 결국 자살까지 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러나 정부와 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와 제도정비는 뒷전이고, 오류투성인 사통망 운영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복지부는 작년 하반기부터는 국세청으로부터 ‘고용주가 신고한’ 일용근로소득 자료를 입수해 이를 근거로 기초수급자를 조사, 해당 기간 동안 1만2천명이 일용소득으로 수급이 중지되었다. 동기간 동안 수급중지된 수급자 수 3만9천명 중 3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이 중에는 고용주의 신고소득이 수급자의 실제근로여부 및 실제급여액수와 차이가 있어, 억울하게 급여삭감이 되거나 수급중지가 된 사례도 있다.
실제로 부양받지 못함에도 수급이 중지되거나 대폭 삭감되어도 여전히 실태조사는 뒷전이고, 사업주의 신고소득이 실제근로여부 및 소득액과 차이가 있는데도 여전히 오류가 있는 전산망이 우선인, 이 본말이 전도된 빈곤층에 대한 복지부의 처우에 우리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사통망과 기초보장제도 운영상 문제를 시급히 점검하고 개선해야한다.
급여변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담은 서면통지, 이의신청 절차에 대한 안내부족이 수급자들의 생계유지와 일선사회복지공무원들의 업무를 악화시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하면 급여내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어서는 안 되고(법 34조), 급여의 변경이 있는 경우 서면으로 그 이유를 명시, 수급자에게 통지해야 한다(법 29조). 허나 이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도 않은 것도 문제다. 즉 급여삭감자 와 수급탈락 등 급여가 변경된 수급자들에게 해당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서면통보와 이의신청 절차가 안내되지 못했고, 결국 이는 수급자들의 원성을 초래했으며, 이 원성은 복지부가 아닌 시군구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집중되어 현장 업무의 혼란을 가중한 꼴이 되고 말았다. 복지부가 과연 전달체계에게 복지수급권 보장에 대한 업무교육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90조원 규모의 감세에 따른 부담으로 ‘12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예산은 3.4% 삭감되었다. 2011년 2조4천460억원에서 2012년 2조3천618억원으로 감소했고, 이는 2009년에 비해서 5.7%감소한 수치다. 예산대비 기초수급 생계급여자 수만 비교해보자면 참여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167만4천명에서 출발→2008년 7만8천명 축소→2011년 2만7천명 축소→2012년 5만5천명 축소하여 2007년 대비해 볼 때 12만4천20명이 축소되어, 결국 예산에 맞춰 지속적으로 수급자를 걸러냈다고는 밖에 볼 수 없는 형국이다.
복지부가 각종 복지수급자의 대거탈락을 발표했던 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성장만으로는 불평등 완화에 한계가 있으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요건을 완화하고 근로장려세제의 적용범위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보편적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맞춤형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400만 명에 달하는 빈곤층이 최소한의 생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여전히 예산절감을 위해 수급자를 축소하려는 복지부의 태도는 맞춤형복지라는 정책기조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스템운영과정에서 여러 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과 기초법 제도의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 부당하게 수급탈락되거나 억울하게 급여가 삭감되는 수급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며 억울하게 급여변경이 된 가난한 사람들의 고충을 하루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지난해 말 정부가 장애인가구, 노인가구, 한부모가족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수급자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절감된 예산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수급자의 실제를 뒤로하고 사통망의 데이터에만 의존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적으로 복지부는 수급자수 감소 현황에 대해 세부적으로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의 제도운영 방식과 내용에 대한 지속적인 불신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둘째, 실제로 부양을 하지 않거나 못함에도 불구하고 수급권을 박탈당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 결국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다. 이는 비현실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절망을 부추기고 오히려 가족해체를 조장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셋째, 기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구제절차를 준수해야한다. 즉 복지부는 전달체계가 급여삭감 및 중단 결정 이전에 수급자에게 사전 통보를 하고 충분한 변경내역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아울러 이의신청에 대한 절차를 반드시 알리고 법적 절차를 준수하도록 해야한다.
넷째, 현재의 제도 운영방식은 보충급여방식을 채택, 수급자들의 근로의지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근로의지가 있는 수급자가 근로활동에 참여할 경우 노동을 통해 사회통합을 꾀할 수 있도록 소득환산제도의 개선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복지부는 수급자 떨구기가 아니라 400만에 달하는 비수급빈곤층의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선사회복지공무원이 제대로 복지수급권을 보장하고 적극적인 사례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인원이 충당되어야 한다. 정부와 복지부가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줄여 4천억을 절감했다고 자랑하는 동안 수많은 빈곤층과 사회복지공무원이 생계유지와 업무수행에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2012년 5월 2일
기초법개정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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