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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부정수급 색출기사에 부쳐

-문제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제도설계

 

지난 921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기초생활보장비 부정수급 사례가 총 34011건으로, 액수로는 308억 원 이라고 밝혔다. 김현숙 의원은 이에 대해 "현행 최저생계비 수준을 감안하면,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거나 다수 차량을 보유한 수급자는 은닉재산이나 누락된 부양의무자가 있을 수 있다. 집중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21, 22일 양일간 기초생활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구멍 뚫린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성토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해외여행과 차량소유를 문제 삼는 것은 전후사정은 상관없이 그들이 가난한 사람의 전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열악한 주거상태와 열악한 영양상태로 겨우 생존하는, 그래서 외모를 꾸미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 따위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빈곤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진짜 구멍은 제도 그 자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해외여행을 다니고, 차량을 소유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다. 애초에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구멍이 난 채로 설계되었다. 턱없이 낮게 책정된 최저생계비 기준과 빈곤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제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여 수급권자 수보다 많은 비수급 빈곤층을 만들어냈다. 이는 복지의 사각지대가 아니라, 제도가 애초에 설계하고 만들어낸 고의적인 구멍이다. 올 초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이후 빈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듯 했지만, 그 뿐이다. 2015년도 최저생계비는 겨우 2.3% 인상된 수준에서 결정되었고, 부양의무자 기준은 여전히 굳건하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31만명에 불과하지만, 410만명의 빈곤층은 여전히 제도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부정수급자보다는 적절하지 못한 기준으로 인해 제도 바깥으로 쫓겨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빈곤층의 부도덕함이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착각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초점은 오로지 부정수급자 색출이다. 부정수급자를 고발(?)한 이번 기사의 댓글창도 저런 사람들 때문에 필요한 사람들이 못 받는다’, ‘저런 사람들은 평생 다시는 수급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등 혐오글로 가득 차 있었다. 부정수급은 그 자체로 관리와 처벌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는 복지제도 운영과 별개로 감시되어야 하는 일상적 행정업무다. 부정수급을 관리하는 것과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언론의 부정수급자에 대한 고발은 마치 제도가 아니라 빈곤층의 부도덕함이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는 착각마저 주고 있다.

정작 기관장, 병원장이 저지르는 권력형 부정수급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어떠한가? 최근 제기된 노숙인 약취·유인을 통한 요양병원의 부정수급에 대한 대응만 보아도 몹시 미온적임을 알 수 있다. 해당 요양병원은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자진 폐업을 해버렸다. 이런 상황때문에 이들로부터 실제 비용을 환수 받은 것은 5%에 불과하다. 올해 초 발표된 부정수급 통합콜센터성과보고만 보더라도 100일간 100억원을 밝혔노라 홍보했지만 이 중 97억원은 병원장, 시설장 등에 의한 것이었다. 이를 두고 기초생활수급자들만을 도덕적 해이자 취급하는 태도가 송파 세 모녀와 같이 수급 신청을 엄두조차 못내는 비수급 빈곤층을 양산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허하라

언론은 이번 자료를 보도하면서 가난한 이들의 전형을 다시 홍보했다. 낡은 슬리퍼, 조악한 밥상, 폐지를 줍는 노인의 뒷모습을 비추며 가난을 전시했다. 바로 이런 모습을 가진 이들만이 도움을 받을 만한 빈민이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도움 받을만한 빈민과 그렇지 않은 빈민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가난해질 수 있고, 가난하더라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함께 옹호하자.

 

 

2014923

빈곤사회연대

공공노조사회복지지부, 관악주민연대, 광진주민연대,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노동당,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동자동사랑방, 민생경제연구소, 민주노총,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빈곤네트워크(대구), 반빈곤센터(부산), 불교인권위원회,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철거민연합),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여성공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 평화주민사랑방,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 향린교회,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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