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옆지기 어머니를 모시고 장애등급심사를 새로 받으러 갔다.
양다리가 거의 완전 마비되었던 것을 불굴의 의지로 다시 살려놨으나, 아직도 혼자서는 집 밖에 나갈 수도 없다. 겨우겨우 화장실에 가는 정도로는 회복되셨다지만,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다.
재활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여러 시간을 기다려 검사를 받았다. 그 서류를 냈더니 이번에는 보완 검사 자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근전도 검사 결과와 또 무언가를 제출하라고, 요구 서류를 내지 않으면 장애등급지정이 취소될수도 있다고 했다.
2. 검사 비용이 두번 합쳐서 40만원 가까이 나왔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욕이 나오지 않을리가...그러니까 그 비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장애인은 아예 등급 심사를 신청하지도 못할 판이다. 몸 아픈 사람더러 여러번 병원을 오라 가라 하는 번거러움을 제치고도 정도가 너무 심하다. 듣자니 그러고도 장애 등급이 깍일 수도 있다고 했다. 검사 비용은 당연히 전액 자비부담이라고 냉정하게 잘라 말하는 병원 직원에게 '뭐가 어째야?'하고 화를 낼 뻔 했다.
3. 힘든 몸으로 오라가라 하는 버거로운 비싼 검사도, 그걸 전부 제 돈으로 내야 하는 것도 규정으로는 틀린 것이 없다. 새로 바뀐 '장애등급심사' 제도가 그렇게 요구한다. 병원에서는 검사 자료만 받아서 내고, 등급심사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다른 지정 의사가 하게 되어있다. 해당 장애인을 직접 보지 않은 등급 심사자는 서류로만 등급을 판정한다. 내야 할 서류는 엄청나게 되고, 감당하기도 힘든 비싼 검사도 추가로 요구하는 것이다. 등급 심사 방법을 이렇게 바꾼 이유가 '거짓 수혜자'가 안 생기게 하는 것이라니, 한 치 의심도 없이 '정밀한' 등급을 부여하려면 또 무슨 검사를 받아야 할 지도 모른다. 의심이 이 등급 심사의 기본 취지다...
4. 장애인 단체들이 진즉부터 문제제기 한 줄 안다. 조금씩 움직인다고, 화장실에는 갈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움직인다고 아무런 도움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장애 등급 지정이라는 것이 저들 말대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취지라면, 심사를 담당한 자들이 한번이라도 장애인을 직접 대면하고 관찰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류를 뒤적이다가 이것 저것 내라고 명령할 일이 아니라, 그이가 사는 모습을 직접 와서 보고 듣고 묻고 결정할 일이다. 그래야 정말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 것 아닌가?
5. 서울 아닌, 먼 이 지방 동네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저상 버스' 도 없다. 저상 버스는 커녕 일반 버스 조차도 한 시간에 몇 대 없다. 특정 장애인 지원도 별것이 없고, 그렇다고 일반 시설이나 대중 교통 수단도 마땅찮은 이 동네 장애인들은, 이유 불문하고 검사비용 수십만원을 '먼저' 내지 못하면, 그나마 몇개 장애인 지원이나 관리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니, 그래서 돈 없으면 그냥 집안에서 숨이나 쉬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