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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솔/까/말] [11] 낙태 할 권리, 안 할 권리 사이에서 이주 여성들은... (레티마이투)
물꽃 | 2011-07-06 | 188

낙태, '솔/까/말' 프로젝트*** 낙태를 범죄화 하려는 움직임들에 반대하며, 낙태는 여성의 삶과 건강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솔직히 까놓고 말해보기 위한 릴레이 글쓰기 액숀~ 연대 필진 환영! 무한 링크, 스크랩, 펌, 배포 권장!

문의: glocal.activism@gmail.com | http://www.glocalactivism.org





낙태 할 권리, 안 할 권리 사이에서 이주여성들은...


레티마이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 임신 혹은 불임이나 임신 하고 싶어도 아직 안 생긴 이주여성들의 마음

나는 한국에서 아줌마라고 불린지 6년째인 결혼이주여성이다. 내가 ‘아줌마’라는 말은 최초로 들은 것은 남편한테서였다. 나는 그렇게 ‘아줌마’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6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아줌마’란 말에 익숙하지 않다. 듣기 불편하고 불쾌한 말이다. 왜 결혼하면 다 아줌마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내게 아줌마는 차별적인 용어다. 베트남에서는 결혼 했든 안 했든 나이와 성별에 따라 이모, 고모, 아저씨, 언니, 누나 등으로 부른다. 한 번 어떤 연대모임 자리에서 한 사회복지사와 베트남 친구가 함께 왔었다. 식사 자리에서 그 한국 복지사가 ‘어머니’라고 하면서 나를 불렀다. 아니 결혼하면 다 ‘어머니’가 되어야 하나? 당황스러웠고, 어디를 봐서 나를 ‘어머니’라는 거야? 요즘 사회복지관에서 이주여성들을 다 ‘어머니’라고 부르나 보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는 아직 아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자 그 사람과 식사 자리에서 왠지 불편하고 그랬다.

‘임신-임산부’라는 말을 먼저 배우는 이주여성들

국제 결혼한 가정들이 대부분 아이가 한 두 명, 많으면 3-4 명이 있다. 남편, 아내 어느 한쪽에 ‘문제’가 있지 않으면 대부분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오자마자 임신하고 아이를 낳는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상관없이, ‘임신해야 할’ 당사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의논한 적도 없이 빨리 애 낳기를 원하는 가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20~25살에 결혼을 한다. 대학을 다니지 않고 좋은 직업을 가지지 않는 여성들은 그 나이가 지나면 결혼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한 이주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한국말을 배우고 익숙해지기 전에 ‘엄마, 임산부’라는 말을 배우게 된다.

불임의 고통과 주변의 시선들

남들이 다 임신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언제 아이 낳을 거야, 빨리 해야지?’ 친구와 주변사람들, 시부모, 시누이들이 눈을 크게 떠서 지켜보고 묻는다. 안 그래도 서운하고 임신 못 한다는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꼭 그렇게 찔러야 하나? 관심이 지나친 사람들은 ‘고장 난거 아니냐?’ 라는 악담 섞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 여자로서 임신하고 아이 낳는 것을 나도 원한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인지, 어떤 때에 하는지는 여성의 권리이다.


■ 낙태할 권리 vs 안 할 권리

한국에서는 임산부의 건강에 위험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한국 여성들 중에 결혼 안 하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으려는 여성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의 해결책으로 이주여성들이 유입되게 되었다. 이주 여성들도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남성들은 결혼해서 새 가정을 꾸리고 싶고 나라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제결혼 정책을 펼쳐 국제결혼을 쉽게 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임신과 출산 문제 때문에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가족, 특히 여성들이 많다.

피임하고 낙태할 권리

한국 생활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임신, 원하지 않은 임신 때문에 고민하는 이주여성들을 본다. ‘또, 임신을 했네’ 어떻하면 좋을까 남편에게 얘기할까, 말까. 남편에게 말하면 아마 낳으라고 할 것이지만 현재 우리 상황이 좋지 않아서 한 명 더 낳으면 빠듯한 현재 생활이 더욱더 힘들어진다. 마음으로는 아이가 안 생겼으면 하는데 피임을 하지 않아, 피임을 할 줄 몰라, 피임을 하고 싶어도 남편, 시댁에서 반대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또, 임신 했네’가 축복이 아니라 고민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 여성들은 세 가지 선택할 길이 있다.

첫째, 원하지 않아도 여건이 되지 않아도 아이를 낳는 것이다. 둘째, 남편과 시댁한테 얘기하고 그들의 결정에 따라 이주여성의 ‘배’를 가를지 말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셋째, 얘기하면 애를 낳으라고 할 것이 빤하기 때문에 그냥 ‘입을 닫고’ 혼자서 해결하는 길이 있다. 인터넷 검색을 당연히 안 나오니 입소문을 믿을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는 그런 ‘불법’ 낙태 병원을 모르기도 하고, 남편이 알까 봐 오랜만에 집에 다녀오겠다고 남편을 속여 친정으로 가서 낙태하기도 한다. 가슴 아프겠지만, 그리고 남편이 알면 ‘난리’ 치겠지만,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아직 사람형태가 되지 않은 그것을 잘라낸다. 그러다가 남편이 어떻게 알고서는 “이혼하자, 더 이상 너와 살고 싶지 않다,” “앞으로 같이 살기야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부부의 정은 없다,” “아이들을 위해 살 것인데 앞으로 나한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며 화를 낸다. 아내의 입장을 들어보려 하지 않고 화만 낸다.

그렇다고 전에 잘 대해주었을까? 그런 남편들은 거울도 안 보고 자기가 잘 해왔다는 듯이 가슴을 앞으로 내민다. 아내한테, 아이한테 전혀 관심 없고 아이 양육을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는 그런 사람들이 그런다. 물론 돈을 벌어서 가족을 유지하는 남편들도 힘들겠지만 그 의미를 과대포장하여 자기는 돈만 벌어오는 것으로 가족을 위해 최선 다 했다는 남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내한테 모든 집안일과 아이를 키우는 것을 원하면서 말로는 가족 위해서 산다고 하면서도 아내를 자신의 친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남편들, 아이 양육에 전혀 관심이 없으면서 외국인 아내한테 모든 것을 떠맡긴 남편들이 많다. 그런 남편들이 피임할 생각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면 성관계를 하니 당연히 아내가 임신 될 것인데 ‘임신했으니 애를 낳아야지 왜 지워, 너랑 못 살겠다’라는 말이 참 잔혹하다. 여성들도 피임할 권리, 낙태할 권리가 있는데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 못 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이다.

임신할 권리

그런 반면에 남편이 재혼이고, 이미 아이가 있는 국제결혼 가정인 경우 아이를 갖고 싶지 않고 배우자만 원하는 남편들이 있다. 남성은 결혼하고 아이도 있고 나이도 먹었으니 아이 낳기 싫을 수 있다. 나는 이해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이 나이가 어려, 평균으로 보면, 남편과 아내의 나이 차이가 12세 정도이다. 결혼하면 아이를 당연히 낳아야 하고 낳고 싶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어느 시기에 낳을까가 다른 것이다. 초혼인 여성들 대부분이 아이를 가지고 싶고, 남편이 나이가 많아서 아내보다 일찍 사망할 텐데, 아이라도 있어야 삶의 재미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주여성들이 많다. 나도 지금은 아이를 낳을까 말까 결정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홀로 한국에서 지내야 하는 두려움 때문에 남편의 나이를 고려해서 올해나 내년에는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그렇게 임신하고 싶어서 남편의 반대도 불구하고 일부러 아이를 가지려는 여성들이 있다. 아이가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임신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차피 임신했으니 낳아야지.. 하는 남편들도 있지만 무조건 아이를 지워야 한다는 남편들도 있다. 자기가 나이가 많고, 자식도 있는데 뭐하러 생고생을 더 하는지, 그런 나이에 어린 자식 있으면 사회에 웃음거리가 된다, 창피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거나 아예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무조건 아이가 싫다며 억지로 아내를 병원에 끌고 가 아이를 지워달라는 남편들이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아내를 한국에 초청해놓고 몇일도 안 돼 자기와 맞지 않아 이혼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야지 하는 '변덕쟁이'들도 있다. 그러다 임신 초기인 아내한테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를 지우고 비행기 표 사줄 테니 돌아가라며 아무 보상 없이, 아내의 생각도 들으려 하지 않고 백 만원을 주고 쫓아낸 남편도 있었다. 사람을 마음대로 데려오고 마음이 변했다고 돌려보내고 ‘후환’을 없애기 위해, 자기의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강제로 낙태를 요구한다.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하지만 두 사람이 소중하게 의논하고 어쩔 수 없이 낙태해야 할 때만 낙태하는 것인데 자기 마음대로 ‘남’의 배속에 있는 생명을 지우라 말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주여성이든 한국 여성이든 다 똑같이 여성이다. 인간 세상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절반씩이지만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은 여성들뿐이다. 즉 새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임신과 출산은 하늘에서 주는 여성들만의 소중하고 고귀한 임무와 행복이지만 반대로 고통과 지옥 같은 경험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아이를 가지고 낳을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임신, 낙태, 출산에 대한 선택을 할 때 남성과 여성이, 남편과 아내가 소중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두 사람 모두에게, 태어날 아이에게 불행한 인생을 주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당신도 하고픈 말 있잖아요~ 여자들의 목소리로 솔직히 말하기 시작한다면, 낙태를 둘러싼 지금의 혼란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한 꿍꿍이였습니다. 어쩌면 생뚱맞을지도 모를 우리의 말걸기가 과연 화답을 불러낼 수 있을까, 머뭇거리기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공감하고 또 함께 말하고 싶은 분들은 메일로 글을 보내주세요. 일기나 낙서면 어때요. 그림이나 사진,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말하기를 환영합니다. 우리들의 말하기가 낙태에 대한 처벌과 낙인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함. 께. 말. 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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